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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INSIGHT (브랜드 인사이트)

솔리드옴므는 정말 '영포티 브랜드' 일까? 현직 바이어의 솔직한 평가

by 바이어 B 2026. 2. 27.

1. 10년 차 바이어가 본 백화점 매장의 ‘꼬리표’

직접 촬영 한 솔리드옴므 매장 전경

 

백화점에서 10년 넘게 바이어로 근무하고 있다. 첫 5년은 SPA와 스포츠 상품군을 담당하며 대중적인 트렌드와 영패션의 역동성을 경험했고, 이후 5년 이상은 남성패션 상품군을 맡으며 수많은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요즘 커뮤니티나 패션 카페를 보면 **‘영포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늘 함께 거론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솔리드옴므(SOLID HOMME)**다.

최근 ‘솔리드옴므 = 영포티 브랜드’라는 공식이 마치 정답처럼 소비되고 있지만, 10년 넘게 현장을 지켜본 내 시선에서 이 브랜드가 과연 그렇게 평가절하 당해야 하는 브랜드인지 의문이 들었다. 로고를 지우고 나면, 그때서야 솔리드옴므의 진가가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평가가 과연 타당한지, 바이어의 관점에서 가감 없이 정리해보려 한다.

 


2. 로고 뒤에 숨겨진 진실: 왜 3040은 솔리드옴므에 지갑을 여는가

영포티 논쟁이 있을 때 마다 소환되는 이미지, 나는 개인적으로 너무 조롱성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위 이미지는 꽤 오래 전 부터 밈처럼 인터넷 상에서 돌고 있는 '영포티 패션' 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도 있다. 솔리드옴므의 큼지막한 백로고, 시그니처 로고 플레이 아이템들은 일정 소비층에게 강한 지지를 받으며 확실한 매출을 견인해 왔다. 특히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남성 고객들이 솔리드옴므를 선호해온 것도 분명한 흐름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한 이유는 단순히 ‘과시’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들은 20대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세대다.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향수와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지금은 일정 수준의 경제력도 갖추었다. 그들의 시선에서 솔리드옴므는 지나치게 과하지 않고, 소재가 안정적이며, 무너지는 체형을 보정해주는 실루엣을 갖춘 몇 안 되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다. ‘영포티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하기에는, 이 브랜드가 쌓아온 히스토리가 결코 가볍지 않다.

 


3. ‘영포티’라는 무서운 프레임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언젠가는 그분들처럼 40대가 될 사람이다. 그래서 ‘영포티’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뉘앙스로만 소비되는 현실이 조금은 무섭고 씁쓸하다. 취향과 나이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버리는 순간, 그 안에 담긴 가치는 너무나 쉽게 가려진다.

최근 솔리드옴므를 영포티 브랜드로 규정하는 시선은 어쩌면 ‘기본에 충실한 남성복’을 쉽게 소비해버리는 단순한 프레임은 아닐까. 트렌디함이 곧 젊음이고 로고가 크면 올드하다는 단순한 이분법으로는 이 브랜드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4. 뼈아픈 실책: 외면할 수 없는 ‘우영미 재활용’ 논란

최근 불거진 우영미 그래픽 덧방 논란 상품, 한겨레 기사 이미지 인용

 

물론, 최근 솔리드옴므의 상위 라인인 우영미(WOOYOUNGMI)에서 불거진 상품 재활용(이월 상품 덧방) 논란은 바이어인 내 입장에서도 매우 유감스럽고 비판받아 마땅한 지점이다. 지난 시즌 그래픽 위에 자수를 덧입혀 신상품으로 판매하며 소비자에게 충분한 고지를 하지 않은 점은 하이엔드를 지향하는 브랜드로서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사실 우영미 라인을 향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격대에 미치지 못하는 그래픽 프린팅의 내구성이나 퀄리티 논란은 이미 매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자원 절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을지 모르나, 소비자는 그에 걸맞은 '완성도'를 기대하고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

이런 일련의 논란들은 브랜드가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뒤, 브랜드의 자존심보다 상업적 효율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라면 투명성과 책임감은 기본이다. 이런 구조적인 실망감이 반복된다면, 수십 년간 쌓아온 디자인적 헤리티지조차 한순간에 '상술'로 치부될 수 있음을 브랜드 스스로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처럼 바이어로서, 또 한 명의 팬으로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브랜드가 한국 남성복 시장에서 차지하는 대체 불가능한 상징성 때문이다. 실망감이 큰 만큼, 우리가 ‘우영미’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의 무게 또한 여전히 무겁다.


5. 우리가 ‘우영미’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것

우영미 파리 명품거리 플래그십 매장 전경, 매일경제 인용

 

비판받을 지점은 명확하지만, 그렇다고 우영미 디자이너가 한국 남성복 역사에 새긴 독보적인 족적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파리 패션 조합 정회원 승격, 봉마르쉐 백화점 입점과 매출 상위권 기록 같은 커리어들은 결코 로고 플레이 하나로 급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 파리 여행 중 들렀던 봉마르쉐(Le Bon Marché) 백화점에서의 기억이 생생하다. 명품의 본고장 파리,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는 백화점 한복판에서 현지인들이 우영미 컬렉션을 진지하게 살피며 피팅하는 모습을 보는데... 개인적으로 꽤 냉정하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먼 타지에서 우리나라 디자이너 브랜드를 보니 ‘국뽕’이 차오르더라. 그 장면을 보고 나니, 이런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단순히 ‘아재 브랜드’라는 말로 묶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좁은 시선인지 다시금 실감했다.

 


6. 결론: 나이가 아니라 감각으로 입는 옷

솔리드옴므는 나이로 입는 옷이 아니다. 그 브랜드가 쌓아온 30년의 시간, 테일러링의 정교한 설계, 그리고 국내 남성복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역할을 감각으로 입는 브랜드에 가깝다.

최근 ‘영포티 이미지’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프레임을 걷어내고 보면 여전히 디자이너 브랜드로서의 결은 살아 있다. 편견과 논란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진짜 솔리드옴므의 가치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글 예고] 로고 플레이가 아닌, ‘영포티 이미지’를 단번에 벗겨낼 수 있는 솔리드옴므의 진짜 실력템들을 직접 매장에서 픽해 정리해보겠다.

[10년 차 바이어의 한 줄 평]

솔리드옴므는 나이로 입는 옷이 아니라, 브랜드가 쌓아온 시간을 감각으로 입는 옷이다.”

 

[글을 마치며]

사실 오늘 들려드린 이야기는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썼던 글, **[백화점 바이어는 쇼핑을 할 때 무엇을 볼까?]**에서 강조했던 '바이어의 시선'을 실제 브랜드에 투영해 본 첫 번째 시도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꺼내 보기엔 조금 투박하고 미약한 첫 기록이지만, 제가 어떤 철학으로 브랜드를 바라보는지 그 '초심'이 가장 진하게 담긴 글이라 저에게는 무척 소중한 글이기도 해요.

혹시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조금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저의 첫 발자국을 함께 살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안목이 오늘 솔리드옴므를 바라보는 현미경이 되었으니까요.

👉 [10년 차 바이어의 시작] 백화점 바이어는 쇼핑을 할 때 무엇을 볼까? (링크)